위 그래프에 나온 대로 국제비교를 해보면 소득불평등과 세대간 계층고착성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고, 계층상승의 심볼로 여겨지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이름을 가져다 붙인 것이다. 세대간 계층고착성은 세대간 소득탄력성, 즉 부모세대의 소득이 자식세대의 소득에 미치는 영향으로 측정한다. 이 영향이 작을수록 계층이동성이 크고, 이 영향이 클수록 계층고착성이 큰 것이다. 개츠비 곡선은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소득불평등이 낮은 나라들에서 계층이동성이 크고 (즉, 계층고착성이 낮고), 선진국들 중 불평등이 심한 미국은 계층이동성이 낮으며, 브라질, 칠레, 페루처럼 불평등이 매우 심한 개도국에서 계층이동성은 매우 낮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이동성이 유럽보다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 개츠비 곡선은 미국에서 굉장한 논란거리가 되었다. 미국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와 아메리칸 드림은 허상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크루거는 이러한 사실이 전혀 놀랍지 않고 경제이론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불평등이 클수록 교육과 연줄을 통한 자식세대의 불평등이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근래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급격하게 심화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사회적 이동성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필자의 표현에 의하면 크루거는 '실력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을 강조하고 있다. [21세기 자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경우는 이와 함께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 현상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2)

승자독식 시장 혹은 다른 이유로 과도한 '경쟁 불평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방치하면 결국 '출발선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것이 개츠비 곡선 이면의 경제적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미국의 경우 불평등이 심화됨에 따라 초고소득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해지고, 이들은 정부의 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서 막대한 초과이익 혹은 지대(rent)를 취득함으로써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3) 불평등의 심화는 불공정을 초래하고, 이것이 다시 불평등을 더욱 악화하는 '약탈 불평등'의 악순환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러한 악순환이 관찰된다. 재벌의 세습과 이들의 정경유착에 의한 지대추구 혹은 이권추구가 가장 두드러진 사례다. 기득권자들의 불공정을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정유라의 발언이 시사하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 의한 이권추구가 만연해 있다. 아마도 개츠비 곡선의 이면에는 '약탈 불평등'의 악순환도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글 :유종일 교수)

3)Joseph E. Stiglitz, The Price of Inequality: How Today's Divided Society Endangers Our Future, W. W. Norton & Company, 2012.  불평등의 대가

Posted by Jason syngeu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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